잊을 수 없는 손의 온기를 잊어버린 때는 언제였더라. 카게야마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찰나의 어둠을 만끽하지도 못 한 채로 눈을 떴다. 공기가 차고 낮았으며 습했다. 곧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잠들 구석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 데서나 잠이 들면 젖고 말 것이었다. 자신보다는 형이 젖지 않았으면 했다. 그의 형을 보면 그런 것에 별로 연연해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하긴 그랬다. 자신만 그를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 해 온 나날들이 많았다. 그의 변덕으로 지옥에 발을 들이고 동생이 된 것이었으니, 버려지는 것은 온당 자신의 몫일 것이다. 카게야마 슌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선택받을 수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어울리는 것처럼 정장을 입고 밝고 높은 위를 향해 나아가고 싶었는데 선택에서 밀려나 끝까지 추락했다.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말했던 자신이 있다. 여기에도 있었다. 느린 속도로 서서히 머릿속을 장악해 가는 기억들에 거스를 힘이 없었다. 망연하게 바라본다. 벽에 기대 냉기를 맞는다. 금이 간 아스팔트 벽보다 위태로운 물건이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말도 안 돼. 두고 갈 리가 없잖아. 안심하고 싶어 내뱉는 말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카게야마 슌을 이곳에 남겨둔 채로 야구루마 소우는 걸어 나갔다. 다녀올 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두고 가면, 다시 와? 그렇게 묻지도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형제의 규율이었고 지옥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불문율일 것이다. 시험일지도 모른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하며 부탁할 존재가 없었다. 지옥에서 사는 다른 사람을 만나 볼 일도 없으니 누군가에게도 질문하지 못 했다. 이런 질문을 누구에게 하지. 텐도 녀석? 카가미? 미시마 씨? 아니면…… 카게야마에게는 더 이상 생각나는 이름이 없었다. 별로 이상할 일도 아닌데 이상하지, 하며 덧붙이고 싶었다.
비가 올 것이다. 좁은 골목에 남겨진 채로 숨을 내쉰다. 비가 오는데. 더 어두워지기 전에 낡은 폐건물이라도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러나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버려진 강아지의 꼴도 이만큼 비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쏟아진다. 속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정신이 나갈 것 같다고 생각하고, 당신이, 없으면, 지옥에 다다라서 또, 카게야마는.
형, ……형, ……, 형……, 야구루마…… 씨, …… (침묵) …… (이어짐) ……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 (이 기도를, 누구에게 하지?)
……그리고,
머리 위로 붉은 열매가 떨어진다.
고개를 들었다. 야구루마 소우가 있었다. 어딜 갔다 왔냐는 그 흔한 물음조차 던지지 못 했다. 이것은, 물음이 아니라 시험이다. 소리 없이 바닥으로 구르는 열매를 내려다본다. 속까지 제대로 영글지 못 한 듯 비틀어진 모양새의 것은 아마도, 선악과의 비유로 자주 사용되는, 단 것으로 보였다. 아, 그렇구나, 우리는 이미 지옥이다. 잡을 빛도 신도 없다는 것을 눈 앞의 그는 종종 이런 형태로 알려주고는 했다. 카게야마 슌은 벌이라면 받고 있다. 당신은 나를 지옥으로 이끄는 유일한 사람이다. 손을 뻗어 과실을 집어들고 게걸스럽게 삼킨다. 이것은 금단이었고, 속박이었으며, 이정표였다. 속이 비었는데도 농밀하게 익어 그 즙이 손과 팔뚝을 타고 흘러내렸다. 비가 내리면 씻겨져 나가도 흔적처럼 남을 것이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우리는 이미 지옥이었다.